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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박쥐

by busybee-busylife 2024. 7.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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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 네스뵈 

 

워낙 유명한 작가이고 유명한 작품들도 많아서 한번쯤 읽어보고 싶었다.

마침 도서관을 둘러보다 눈에 띄어 '해리'형사 시리즈의 첫번째 작품이라는 <박쥐>를 빌렸다. 

 

재미있다...! 

 

나는 나의 지식세계를 확장해주는 도서를 읽으려고 한다. 

이를 테면 <총, 균, 쇠>, <사피엔스> 같은 책들. 

주로 역사, 철학, 전기 등의 장르이다. 

도무지 읽히지가 않아서 꾸역꾸역 읽어가는 책들도 있고, 

의외로 술술 넘어가면서 배우는 것도 많은 책들도 있다. 

 

하지만 사람이 집밥만 먹고 살 수 없듯이

가끔은 일탈같은 외식 독서를 할 때도 있다. 

 

한창 인간관계로 힘들었을때는 '히가시노 게이고'에 빠졌고(워낙 다작을 하는 작가라 아직 못읽은 작품이 많다!) 

가끔 '기욤 뮈소'를 읽기도 한다. 

때로는 베스트셀러에 이름이 올라와있는 책들을 읽기도 한다(에세이, 자기계발 등) 

 

'히가시노 게이고'의 경우에는 사건과 관련 인물들의 관계, 심리묘사에 치중한다. 

'요 네스뵈'의 경우, 사건 그 자체 뿐만 아니라 주변 배경이나 문화에 대한 설명도 많아 상당부분(절반 가까이?) 차지한다. 

 

<박쥐>는 배경이 호주이다. 

호주의 원주민들과 그들이 땅을 빼앗긴 역사, 

그리고 그들의 후손이 침략자들의 후손들과 함께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호주 대도시 향락의 문화는 어떤지 등 

실제 살면서 겪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내용이 많이 나와있다.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소개한다!) 

 

특히 호주 정부의 강제분리 정책(1910's ~ 1970's)은 처음에는 작가가 지어낸 내용인 줄 알았다(하지만 아니었다).

호주 정부와 기독교 단체는

백인의 피가 섞인 아이들을 미개한 원주민 가정에서 구출해 문명화시킨다는 명목으로 

이들을 부모에게서 강제격리시켰다. 

혼혈아들 중에서도 원주민에 가깝게 생긴 아동은 일꾼으로 보내졌고,

백인에 가까운 아이들은 백인가정에 입양되었다. 

이런 식으로 멀쩡한 가정을 두고 고아가 된 아동이 10만 명에 달했다고 한다. 

백인의 피가 절반 섞인 이 아이들을 멸족해 가는 원주민 가정에서 구출해 그들을 문명인으로 교육시킨 후 백인 사회에 동화되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등장했다. 1869년 호주에서 통과된 "빅토리아 원주민 보호법"은 이런 생각에 근거해 원주민 가정으로부터 국가차원에서 혼혈 아이들의 친권을 강제로 박탈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넣었다. 이후 여러 원주민 보호법안이나 규약들이 제정됐는데 호주의 각 주 정부들은 이를 근거로 혼혈 아이들을 부모에게서 빼앗아 갔다. 아이들을 빼앗는 방식은 매우 잔인하였는데 원주민이 임신해 병원에서 출산할 경우 병원 의사는 아이의 혼혈 여부를 파악한 뒤 경찰에 신고해 혼혈 아이를 넘겨주었으며 산모는 아이 얼굴도 보지 못하고 빼앗겼다.

https://namu.wiki/w/%EB%B9%BC%EC%95%97%EA%B8%B4%20%EC%84%B8%EB%8C%80

 

'요 네스뵈'는 이들 애버리진(Aborigine; 원주민)을 주요 등장인물로 내세워,

당시 부모와 생이별한 아이들이 자라서 정체성 혼란을 겪는 내용을 자연스럽게 제시한다. 

 

이 책을 읽고, 호주의 흑역사(강제분리 정책)에 대해 처음으로 알게 되었고

관심이 생겨서 이와 관련된 책을 좀 더 읽고 싶어졌다.

호주를 방문하여 관련 박물관이나 전시회에 가보고 싶다. 

 

'요 네스뵈'는 외식독서가 아닌 집밥독서 목록에 들어가야하는거 아닐까.

 


"백인들이 오스트레일리아로 건너왔을 때 원주민 75만 명이 여러 부족으로 나뉘어서 흩어져 살고 있었어요. 언어가 250가지가 넘고 그중 몇 개는 영어하고 중국어만큼이나 달랐어요. 지금은 부족이 많이 사라졌죠. 전통적인 부족 구조가 무너지자 원주민들도 좀 더 일반적인 용어를 쓰기 시작했어요."

 

"앤드류는 전쟁 전에 태어났어요. 당시의 국가 정책은 우리가 무슨 위험한 생물체라도 되는 양 우리를 '보호'하는 거였어요. 그 중에서도 땅을 소유하거나 일자리를 얻는 데 제약이 있었어요. 그런데 가장 해괴한 법은, 아버지가 애버리진이 아니라는 의심이 들면 정부에서 합법적으로 애버리진 엄마한테서 자식을 빼앗도록 보장하는 법이었어요. 나는 내가 어디 출신인지에 대해, 썩 좋은 얘기는 아니지만, 그나마 할 말은 있어요. 앤드류한테는 아무것도 없어요. 부모를 본 적도 없어요. 태어나자마자 정부에서 데려가 고아원에 집어넣었으니까. 앤드류가 아는 거라곤, 엄마는 정부에 자식을 빼앗긴 뒤 고아원에서 북쪽으로 50킬로미터 떨어진 뱅크스타운의 어느 버스 정류장에서 시신으로 발견됐고, 그녀가 어떻게 거기까지 갔고 사인이 무엇인지 알려진 게 없다는 사실 뿐이에요. 백인 아버지 이름을 알려주지 않아서 앤드류도 나중에는 더 알려고 하지 않았어요." 

 

"여러 단계를 거쳐서 다양한 정책이 나왔어요. 저는 강제 도시화 세대에 속해요.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정부는 과거의 정책에 변화를 줘서 원주민을 소외시키지 말고 흡수해야 한다고 판단했어요. 우리의 거주지와 심지어 결혼 상대까지 통제하는 방식으로 강제 흡수하려고 했죠. 많은 원주민이 도시로 이주해와 유럽식 도시 문화에 적응해야 했어요. 그러나 결과는 비극적이었죠.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온갖 나쁜 행위에 관한 통계에서 우리가 상위를 차지했어요. 알코올중독, 실업, 이혼, 매춘, 범죄, 폭력, 마약, 뭐든지 맨 윗자리에 우리가 있었어요. 애버리진은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까지도 줄곧 오스트레일리아 사회에서 패배자 취급을 받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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