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픽사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
영화를 자주 보지 않지만, 내가 좋아하는 영화 중 항상 탑5 안에 드는 영화가 바로 <라따뚜이>다.
역시 픽사의 애니메이션.
처음 나왔을 때 생쥐의 털 한가닥 한가닥, 음식의 사실적인 묘사가 너무 충격적이어서 몇 번이나 다시 보곤 했었다.
스토리도 식상하지 않고, 음악도 좋다.
또한, (내가 존경하는) 스티브 잡스가 픽사 성공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도 내가 픽사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
픽사에서 일했던 시나리오 작가가 쓴 책이라고?
당장 읽어봐야지!
'시나리오 작가'가 쓴 책이니 만큼 쉽게 술술 읽힌다.
그렇다고해서 내용이 절대로 가볍지 않다.
1. 철저한 준비
<토이 스토리>에서 초록 병정들을 기억하는지?
저자는 병정 캐릭터들을 실감나게 구현하기 위해 실제로 신발을 나무판자에 고정시킨 채 걷고, 뛰고, 책상 위를 껑충껑충 뛰어다녔다고 한다. <토이 스토리>의 실감나는 묘사에 충격받은 사람들이 많은데, 엄청난 제작비가 들어간 고도의 기술보다는 이처럼 개개인의 피나는 노력이 숨겨져있었다.
또한 픽사에서는 영화 개봉 6개월 전부터 피드백을 받는다고 한다.
개봉 6개월 전에 이미 영화를 완성하여 다듬고 다듬고 다듬는 것이다.
2. 창의력의 원천
미국의 유명한 심리학자 애덤 그랜트의 <오리지널스>는 전통을 거부하고, 독창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이 책에 본업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 것이 독창성을 발휘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내용이 있었던 것 같다.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상태이기에 부담없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
저자 역시 '스토리 텔러'라는 새로운 시도를 할 때, 집안 대대로 물려받은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다(먹고 사는데 큰 걱정이 없었다).
새로운 사업을 하고 싶은가? 지금 회사를 때려치고 시작하려고 하지말고, 일단 시작하라.
3. 공감대 형성
사람들은 어떤 결정을 내릴 때 주변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의식한다.
이 부분은 내가 준비하고 있는 사업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한 꼭지 제공해줬다.
참고로 라따뚜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레스토랑은 프랑스에서 가장 오레된 레스토랑 ‘라 투르 다르장(La Tour d’Argent)’를 기반으로 하여 제작되었다고 한다.
다음에 프랑스 여행을 가게 된다면 꼭 한 번 방문해보고 싶다.
https://tourdargent.com
내가 <토이 스토리> 제작 과정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녹색 옷을 입은 작은 장난감 병사에게 생명력을 불어넣되 장난감의 몸체를 이루는 플라스틱 속성은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었다. 나는 캐릭터를 실감나게 구현하려고 바닥에 나사가 박힌 신발을 신은 채 네모난 나무판자 위에서 걷고 뛰고 기었다. 심지어 픽사 스튜디오에 있는 모든 책상 위를 껑충껑충 뛰어다니기도 했다. 애니메이션을 최대한 정교하게 만들고 싶었다.
나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애니메이션 광고 제작 업체 몇 군데에 전화를 걸어 스토리보드 작업과 패스트푸드 광고 대본 작업, 시리얼 광고, TV용으로 제작되는 애니메이션 대본 작업을 시작했다. 스토리텔링이라는 세계에 발을 들여놓기에는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 물론 생계를 위해 우리 가족이 운영하는 장난감 가게에서도 일했다.
옛날이야기든 요즘 이야기든, 사실을 기반으로 한 이야기든 꾸며낸 이야기든 좋은 스토리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우리는 모든 종류의 스토리에 푹 빠진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의 집중력이 지속되는 시간은 평균적으로 8초라고 한다. 누군가 떠나기 전에, 등을 돌리기 전에, 계산하기 전에 무언가 가치 있다고 확신시키는 데 단 8초가 주어진다는 말이다. 투자자 앞에서 사업을 설명할 때, 회사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대중에게 광고를 할 때 8초 안에 관심을 끌지 못하면 이미 끝난 게임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8초 안에 사람들의 관심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아주 좋은 낚시 기술이 필요하다. 진열장에 전시된 고릴라처럼 말이다.
로그라인은 지난 수천 년 동안 스토리텔링에 사용된 네 가지 요소를 포함해야 한다.
1. 영웅
2. 목표
3. 한 가지 또는 그 이상의 장애물(때로는 악당도 포함됨)
4. 변화
로그라인은 30초에서 3분 사이에 말해야 한다. 심지어 한 문장으로 끝날 수도 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는 로그라인을 '엘리베이터 피치(Elevator Pitch)'라고도 부른다. 엘리베이터에 거장 감독과 단 둘이 타게 되었다고 생각해보자. 거장이 내리기 전 짧은 순간에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소개해야 한다면 어떻게 말하겠는가? 비즈니스에서는 이 로그라인이 기업의 강령이 되기도 한다.
스토리텔링은 사람의 마음과 행동과 철학을 바꾸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왜 그럴까?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행동을 보고 난 다음에 결심을 굳히기 때문이다. 실제 인물이든 허구 인물이든 특정 캐릭터가 신뢰할 만한 변화를 보일 때 관객도 변화한다. 이 과정을 '뉴럴 커플링(neural coupling; 신경 결합)'이라고 한다. 뉴럴 커플링은 화자와 청자의 뇌 활동이 거울처럼 똑같이 일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잘 만든 스토리는 강력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 어떤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악전고투하는 스토리를 제대로 전달할 때 청중은 당신을 응원한다.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도 그 응원을 투사해 도달하기 어려운 목표에 다가갈 용기를 얻는다.
혹시 호텔 욕실에 놓인 작은 쪽지를 본 적 있는가? 환경보호를 위해 수건을 재사용해달라는 부탁의 글이 적힌 쪽지가 있다. ... 이 쪽지는 별 효과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조금 다른 접근 방식을 이용하는 일부 호텔에서는 고객들의 반응이 좋다. 쪽지에는 이 방에 투숙하는 고객의 50%가 수건을 재사용한다고 적혀있다. 결과는 어떨까? 호텔의 수건 재사용률이 75%로 껑충 뛰어올랐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흐름을 따라가기 마련이다. 같은 호텔방을 사용한 낯선 이들의 흐름도 따른다. 우리는 어떤 결정을 내릴 때 일시적 유행, 가까운 친척, 경쟁자 등 타인의 행동을 의식한다.
스티브 잡스는 실패담을 솔직하게 털어놓았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어지는 스토리는 실패에서 배운 교훈을 토대로 이룬 성공담이었다. 그는 픽사에서 실패한 적이 있지만 늘 직원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었고 다시금 시도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이런 방식으로 한계를 초월해 무언가를 배운다. 본질적으로 스티브 잡스는 우리에게 철학을 팔았다. 그 철학은 우리가 더 분발하도록 해주었다. 이것이 잡스 리더십의 핵심이며 이 리더십은 매우 자연스러웠다. 진심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는 말했다. "나는 공동묘지에서 최고의 부자가 되는 일 따위는 관심없다. 나에게 중요한 건 매일 밤 잠들기 전, 오늘도 뭔가 멋진 일을 해냈어 라는 생각이다."
픽사 문화는 어느 날 갑자기 마법처럼 생긴 것이 아니라 여러 요소가 어우러져 탄생한 결과물이다. 첫 번째 요소는 칼아츠다. 픽사 직원 상당수가 칼아츠 출신이었고 우리는 늘 손톱 밑이 새까만 철부지들이었지만 칼아츠 특유의 활기와 자유로운 창의력을 그대로 가지고 픽사에 들어왔다.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면 진행 중인 프로젝트와 관련해 솔직한 의견을 들려줄 사람을 찾아야 한다. 시나리오를 써본 적이 없는 사람은 영화에 필요한 최고의 조언을 해주지 못할 것이다.
픽사에서는 영화 개봉 6개월 전부터 직원이 아닌 일반인들에게 미리 영화를 보여주고 우리가 놓친 부분이 있는지 확인한다. 스토리의 요점은 불분명하지 않은지, 너무 지루해 유머 요소를 더 첨가해야 할 부분은 없는지 등을 점검한다.
수동태보다는 능동태가 독자들을 조마조마하게 만든다.
수동태: 강도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능동태: 복면을 쓴 남자가 차의 뒷 유리를 주먹으로 내리친다.
짧은 문장, 긴 문장, 짧은 문장: 글의 호흡을 조절하자. 긴 문장과 짧은 문장을 섞어서 사용하자. 운율을 늘 염두에 둔다.
문단이 지나치게 길면 읽다가 지친다. 짧은 문단이 너무 많으면 몰입도가 떨어진다.
좋은 장면은 항상 다음 장면을 향해 차츰차츰 나아간다. 한 단어 한 단어가 모두 중요하다.
거창하고 화려한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꽃에 향수를 퍼붓는 격이다.
형용사와 부사는 절제하며 사용해야 한다.
독자들에게 무엇을 느껴야 할 지 말하지말자. 그저 당신의 언어로 독자를 유혹하자. 스토리가 스스로 독자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게 하자.
글의 분량을 절반으로 줄인 것이 더 나은지 살펴보자. 대부분 글을 지나치게 길게 쓰는 경향이 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짧은 문장, 짧은 문단, 생동감 있는 언어를 사용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로알드 달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소설 집필이 거의 끝날 즈음 첫 부분을 다시 읽으며 최소한 150번은 고쳐 쓴다. 나는 능숙함과 속도를 의심한다. 좋은 글쓰기는 본질적으로 리라이팅이다. 나는 확신한다."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서울선언 (4) | 2024.12.25 |
---|---|
[책] 빛이 이끄는 곳으로 (2) | 2024.12.19 |
[책] 앞서가는 아이들은 어떻게 배우는가 (4) | 2024.12.17 |
[책] 가난한 사람들 by 도스토옙스키 (2) | 2024.11.25 |
[책] 암은 차를 싫어해 (3) | 2024.1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