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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작은 땅의 야수들

by busybee-busylife 2025.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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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구독 플랫폼에서 이렇게 멋진 책을 발견하게 되어 감사하다

요즘은 서점에 통 가지를 못해서 대부분의 책들을 도서관이나 구독중인 전자책 플랫폼에서 빌려읽는다.

둘러보다가 흥미로운 책을 발견했다.

우리나라 역사 소설?

<파친코>를 읽었던 팬들에게 완벽한 추천작?(시카고 리뷰)

흡사 톨스토이의 작품을 연상케 한다?

당장 읽어야지!!

어젯밤에 이것저것 하다가 새벽1시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멈출 수가 없어서 새벽 5시까지 밤을 꼬박 새며 다 읽어버렸다.

읽고 나서도 한동안 잠들수가 없어서 뒤척거리다가 오늘 아침 10시 반에 일어났다. ㅋㅋㅋ

덩달아 아들도 함께 10시 반까지 늦잠잤다(오늘은 토요일). 왜지? ㅋㅋㅋㅋ

얼마전에 파친코를 재미있게 읽었었는데

<파친코>를 재미있게 읽은 사람이라면 좋아할 수 밖에 없다는 리뷰가 딱이다.

https://busybee-busylife.tistory.com/75

 

[책] PACHINKO

와, 너무 재미있다.  Noa가 제일 미웠고, Noa의 동생 Mozasu가 나의 favorite character.나 역시 초딩 아들을 키우고 있어, 이 시대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도 생각할 거리가 많았다. 내 아들이 공

busybee-busylife.tistory.com

 

 

몇 십년에 걸친 배경만큼 전체적인 스토리와 구조도 방대한데, 재미있다.

곳곳에 멋진 문장이 너무 많아 몇몇은 아들과 남편에게 읽어주기도 했다.

처음에 영어로 쓰이고 이후 한국어로 번역되었다고 하길래 원어(영어)로 읽을까 잠시 고민했으나

번역도 너무나 멋있다.

실제로 저자는 이중언어를 하기에 아마도 한국어의 분위기와 정서를 염두에 두고 영어로 글을 썼으리라.

'정호'를 제외하고 사실 여자 주인공들이 메인 캐릭터인데,

이들이 어려서부터 노년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너무나 생생하게 몰입되어

나도 '늙어가고 있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을 읽고 '백두산 호랑이'를 검색해봤다.

약 30년 만에 '백두산 호랑이'가 발견되었다고 한다(2024년 11월 경).

우리나라는 산이 많아 호랑이가 서식하기 용이하여 '호랑이의 나라'라고 불리었다.

일제시대 그 많은 호랑이가 말살되어버린 것이 안타깝다.

요즘 영화 <하얼빈>이 인기가 많은 것 같다.

이 책에서는 영상으로 전달하는 것 이상으로 더 생생하게 그 상황이 묘사되어 있다.

영화 <하얼빈>과 함께 이 책도 매우 매우 강추한다!

세상에는 정말 대단한 작가들이 많은 것 같다.

멋진 책을 또 한 권 알게 되어 감사하다.

나중에 아들이 좀 더 크면 읽어보라고 해야지.

 


 

그의 뿌리 깊고 본능적인 잔혹성에도 불구하고, 하야시는 무턱대고 자신의 감정을 분출해 버리는 사람은 아니었다.

(어쩜 이렇게 간결하지만 정확하게 캐릭터를 전달할 수 있는지)

그러나 오늘 여기서 이 남자를 해친다면, 두 분은 그에게 목숨을 빚지게 되는 셈입니다. 자신보다 열등한 존재에게 무엇인가를 빚지는 것만큼 불명예스러운 일은 없을 겁니다.

(한겨울 숲속에 쓰러져있던 한 조선인에게 도움을 받은 아먀다는 그를 죽이는 것에 반대한다)

옥희는 눈물조차 말라버릴 정도로 지친 어머니의 어두운 눈동자 속에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과 똑같은 희망이 비치는 것을 읽어낼 수 있었다. 은실이 손을 뻗어 어머니의 손을 잡는데도 어머니는 뿌리치지 않은 채 잠자코 있었다. (옥희의 어머니는 먹고살기 위해 자신의 어린 딸을 은실에게 돈을 받고 기생으로 판다. 여기서 옥희와 옥희 어머니의 희망이란 그 돈으로 남은 동생들을 먹이고, 학교에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인연이라는게 참 이상하기도 하지. 인연이 아니라면, 아무리 노력해도 상대를 붙잡을 수 없어. 깊이 사랑했던 사람들도 인연이 다하면 한순간에 낯선 이들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가끔은 그 어떤 변수에도 상관없이 영원히 너에게 이어져 있는 사람들이 생기기도 하지.

그는 작고 가느다란 올챙이 모양의 눈을 하고 누구에게나 쉽게 값싼 눈웃음을 지어 보이며 모두에게 의뭉스럽고 불쾌한 인상을 남기는 그런 아이였다.

(어쩜 인물 묘사도 이처럼 멋진지! 이 한줄만으로 머릿속에 이 사람이 생생하게 그려지지 않는가)

동백은 땅에 떨어지더라도 처음 피어났던 날 그대로의 모습으로 변함없이 아름답다. ... 개화의 계절이 끝나도 동백은 다른 꽃들처럼 갈변하거나 꽃잎 한 장씩 떠나보내며 힘없이 져버리지 않는다. 흠 하나 없이 온전한 채로, 심장처럼 붉고 벨벳처럼 부드러운 꽃 한 송이 전체가 툭 떨어지는 것이다.

(지금쯤 제주도 동백이 한창일텐데.. 제주도 놀러가고 싶다.,!)

작년 이맘때 즈음 제주도의 동백꽃 @제주 신라호텔

 

그 모든 것들이, 공기가 아닌 다른 무언가로 옥희의 폐를 가득 채웠다.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이런 감정이 가능하다는 것도 몰랐던 그것은 바로 자유롭다는 느낌이었다. 옥희는 날개를 펼치듯 두 팔을 펄럭이고 싶었다.

(나는 살면서 이런 감정을 느꼈던 적이 있는가..)

조선인들이 표출하는 분노에는 거의 신경이 쓰이지 않았지만, 그들의 비참한 무지만큼은 그냥 넘길 수가 없었다. 그 심약한 황제와 사팔뜨기에다 불임인 그의 아들을 군주로 모시면서도, 저들은 정말 이 격동의 20세기를 무탈히 살아남을 수 있다고 믿었단 말인가? 약소국인 조선이 세계열강의 식민지가 되는 것은 불가피한 결과였고, 어차피 그리 될 운명이라면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보다는 아시아의 문화적 유산을 공유하는 일본의 식민지가 되는 편이 나았다.

(by 야마다 겐조. 시국이 흉흉하다.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탄핵되었고, 비행기 착륙 사고로 179명이 사망하는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났다.. 우리는 정말 이 격동의 21세기를 무탈히 살아남을 수 있을런지)

사랑이란 다른 이를 위해 자신이 어느 정도의 고통을 견딜 수 있느냐에 따라 정의된다. 상대를 보호하기 위해 무엇까지 할 수 있는지가 결국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말하는 셈이다. 이는 인생의 마지막 기차에 오를 때 과연 누구와 손을 잡고 싶은지를 고르는 문제이기도 했다. 이제 명보는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깨달았다. "사랑하는 내 아들 현우에게" 그는 이렇게 쓰기 시작했다.

(남편과 아들에게 읽어준 문구. 상대를 보호하기 위해 무엇까지 할 수 있는지가 그 사람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의미한다..)

지도자들과 민간인들 양쪽 모두 전멸한 상태에서, 상황은 무기한 정체에 빠졌을 뿐 아니라 심지어 역행하여 그 전보다 퇴보한 꼴이었다. 그러한 비인도적 학살 앞에서 실질적인 힘의 확보 없이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었다.

(3.1운동 이후 조선의 독립운동가들은 노선을 바꿨다)

이런 일을 하려면 상대를 절박한 상태로 몰아넣지 않는 법을 터득해야한다. 그건 나를 탁월한 싸움꾼으로 만들어준 또 다른 요인이기도 했다. 맞붙는 싸움마다 매번 승리로 끝내는 나의 비결을 배우고 싶다면, 바로 이거다. 다른 건 다 잊어버리고, 절박한 궁지에 몰린 사람들이 가장 위험하다는 점만 기억하면 된다.

그렇게 나는 난생처음으로 초조한 행복이라는 걸 느끼고 있다. 평소의 나는 초조해하지도 행복해하지도 않는데, 그건 그 무엇도 기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간절히 원하는 게 생기고 보니, 갑자기 내가 내리는 모든 결정이 굉장히 중요하고 돌이킬 수 없는 것처럼 여겨졌다.

(어쩌면 행복의 비결이란 무엇인가를 간절하게 원하는 것이 아닐까. 간절하게 원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행복할 수 있을까..)

나이를 조금 더 먹고 나니, 인생이란 무엇이 나를 지켜주느냐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지켜내느냐의 문제이며 그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임을 알겠다.

세상의 모든 사람은 두 종류로 나뉘며, 대다수는 그중 첫 번재 범주에 속한다.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자신이 현재의 상태에서 성공을 향해 더 나아갈 수 없으며 앞으로도 영원히 불가능하리라는 것을 깨닫는 사람들. 그러고 나면 자신의 삶에 주어진 운명을 합리화하고 그 자리에 만족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이것을 깨닫는 시점은 놀랍도록 일러서, 대체로 스무 살이 되기 전에 도달한다. 교육의 혜택을 받은 사람들 또한 서른에서 마흔 살 사이에는 같은 결론에 이른다. 읿루 사람들은 출생 환경이나 그 자신의 야망, 그리고 재능에 힘입어 대략 쉰 전후에 비슷한 깨달음을 얻는데, 그 정도 나이에 이르면 이러한 소강도 그렇게 끔찍해 보이지 않는 법이다.

두 번째 범주에 속하는 사람들은 극히 드물다. 인생을 마감할 때까지 자아의 상승과 확장을 조금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 말이다.

(저자의 통찰력.... 도스토옙스키를 읽는 것 같다)

두 여자는 각각 자신의 정다운 친구이자 사촌 자매의 변한 모습에 매우 놀랐지만 그 마음을 감춘 채 변한 겂이 하나도 없다며 서로를 다독이려 노력했고, 그러다 문득 상대방이 이만큼 변했다면 자신도 마찬가지일 거라 깨달으며 슬픔에 잠겼다. 둘 다 각자 시대에 이름을 날리던 최고의 미인이 아니었던가.

(ㅠㅠ)

혼란스러운 위기가 닥쳤을 때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며 잠재력을 표출하고 그동안 뭉툭하게만 느껴졌던 삶의 각도를 더 날카롭고 신선하게 인지하는 몇몇 사람들처럼, 영구 역시 명확한 삶과 죽음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는 그 애매한 공간에서 더 활발하게 깨어났다. 시대적 혼돈 속에서 생의 욕구를 잃은 채 절뚝거리며 추락하기 바쁜 지식인들과 달리, 영구 같은 사람들은 오히려 무의미한 낙천성을 부풀리며 기세등등해졌다.

"나는 당신을 만난 이후 지금까지 그 오랜 세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당신만을 사랑해 왔어. 내 모든 것이 아플 만큼. 당신도 이 말이 진실이라는 걸 알거야. 어디에 가든, 무엇을 하든, 당신 마음속에는 계속 따스한 온기와 밝은 빛 한 줄기가 머물고 있었을 테니까. 하지만 이제 난 당신을 향한 그 사랑을 멈추려고 최선을 다할 거야. 언젠가 당신 안의 태양이 더는 빛나지 않는다고 느끼는 날, 당신도 내가 더 이상 당신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되겠지."

(옥희가 한철에게)

팔꿈치를 높이 쳐들어서 늘씬한 몸에 딱 맞추어 재단한 고급 재킷의 어깻죽지를 팽팽하게 하는 그에게서, 미식을 즐기면서도 동시에 음식 자체에 무관심한 귀족의 오만한 분위기가 풍겨 나왔다.

(와.. 어쩜 이런 묘사를 할 수 있는지)

단이가 아직 여기 있다고 누군가 생각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정말로 이모가 아직 살아 있는 것 같다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어쩌면 사람은, 그가 살아 있다고 생각해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에야 비로소 죽는 것인지도 모른다.

연화가 종종 자신이 거쳐온 삶의 모든 역경을 이 나라의 시대적 환경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는 걸 옥희는 진작에 눈치챈 터였다. 집으로 돌아온 뒤 몇 주 동안, 연화는 다른 이들의 불행에 열렬한 관심을 보였다. 딱히 악의적인 마음에서 나온 태도는 아니었다. 그저 남들도 다 어쩔 수 없이 겪는 고난이라면 자신의 무력함도 정당화된다고 느꼈던 것이다.

(실제로 이런 사람들이 많다..)

노년이란, 인생의 모든 행복이 앞으로 다가올 날들이 아닌 이미 지나간 날들에서만 발견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와, 진짜 저자는 어떤 사람인지..)

"자신에 대한 진정한 믿음을 갖게 만다는 건 세상에 딱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본인에게 닥친 어려움을 스스로 극복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누군가에게서 깊은 사랑을 받는 것이죠. 운 좋게도 이 두 가지를 다 경험한다면, 그 사람은 자신에 대해 충분한 믿음을 지니고 남은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정호는 눈을 깜박여 보았지만, 힘없이 구부러진 허리와 좁은 어깨, 비뚤어진 쉼표처럼 생긴 가느다란 눈매만 겨우 알아볼 수 있었다.

(어린 시절 가느다란 올챙이 모양의 눈은 노년이 되어 비뚤어진 쉼표가 되었다...ㅎㅎ)

"지끔 싸게 와보쇼잉, 다일로 물에질하고 잡으면, 나가 보여드릴 텡게"

(전라도 여인의 말투까지 완벽하게 번역해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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